📚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

2025. 8. 21.

뉴스레터 사공시

Newsletter by Sigongsa no.15ㅣ 2025.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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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고 뒤집힌 시공사의 문장과 생각

문화와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사공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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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내는 글 -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

2. 소식함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

책을 사랑하는 우리에게 문학상은 단순히 '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작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무대가 되고 독자에게는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창구가 되지요. 매해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문학의 축제, 문학상 시상이 진행되며 그 순간마다 우리가 몰랐던 작가와 작품이 빛을 받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 문학상을 함께 들여다보려고 해요. 세계적인 문학상부터 한국 역사를 담고 있는 국내 문학상까지. 문학상은 단순히 뛰어난 작품을 가려내는 절차를 넘어 한 시대와 사회가 어떤 가치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노벨상 ⓒTHE NOBEL PRIZE

노벨문학상

노벨문학상은 알프레도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수여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입니다. 글로벌 문학계에서 가장 무게 있는 상으로, "인류의 언어와 정신에 뛰어난 공헌을 한 작품 또는 작가에게 주어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죠. 이 상은 단순한 '영예'가 아닌, 시대와 감정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창문과 같아요.

노벨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며 단순한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그 작품이 인류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까지 고려됩니다. 언어와 국적의 장벽을 넘어, 문학이 어떻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게 하고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지요.

한강 작가 ⓒTHE NOBEL PRIZE

그리고 지난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국내 한강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어요. 국내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인데요. 여성 작가로서는 루이즈 글릭, 아니 에르노를 이은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노벨문학상은 매번 세계 독자들에게 "올해는 어떤 목소리가 선택될까?"라는 설렘을 안겨주며, 그만큼 문학의 보편성과 영향력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The Booker Prizes

부커상

노벨문학상이 인류 전체에 끼친 영향과 문학의 보편성을 주목한다면, 부커상은 '독자에게 가장 뛰어난 소설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적인 문학상입니다. 부커상은 1969년에 처음 수여되었습니다. 부커 그룹이 이 상을 후원하며 부커상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힙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로 번역된 책이 대상이며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출판된 번역 소설 중에 선정합니다. 작가와 번역가가 공동 수상하며 상금도 반반 나눈다고 해요. 부커상은 영어로 쓰인 소설이 대상이며 영국, 아일랜드 또는 영연방 국가 출신 작가의 작품 중에서 선정합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과 달리 작가 단독 수상이에요. 원어가 영어여야 하고, 번역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The Booker Prizes

부커상 후보에 올해에는 한국 작품이 후보에 오르지 못했으나, 한강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함께 수상한 바 있습니다. 2018년 한강 작가의 <흰>, 2022년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2023년 천명관 작가의 <고래>, 2024년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도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되었습니다.

올해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인도 출신 바누 무슈타크가 수상했는데요. 33년 동안 쓴 단편 소설을 엮은 <하트 램프>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부커상 최초로 단편집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하트 램프>는 인도 남부 카라나타카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칸나다어로 쓰였는데, 칸나다어 작품이 부커상을 수상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

매년 전 세계 아동 청소년 문학의 중요성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ALMA, 알마상)이 수여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인데요. 삐삐는 힘세고 자유분방하며 엉뚱한 매력을 가진 소녀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아동문학의 새로운 주인공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삐삐 롱스타킹> 외에도 <라스무스> 시리즈, <산적의 딸 로냐>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전 세계 10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억 권이 판매되며 어린이 책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유, 우정, 상상력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백희나 작가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제정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상금 규모도 큰 아동•청소년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했어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답니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백희나 작가도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수상했는데요. 심사위원회는 백희나 작가와 작품에 대해 "소재와 표정, 몸짓을 놀라운 감각으로 나타낸 영화 같은 그림책으로 외로움과 결속력을 이야기한다"며 "고도로 독창적인 기법과 예술적인 해법을 통해 이 장르를 개발하고 재탄생 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 후보로 고정욱 작가가 오르기도 했는데요. 한국 작가들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어린이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발표 기자간담회 ⓒ다산북스

국내 문학상

앞서 노벨문학상과 부커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까지 세계적인 문학상을 살펴보았는데요. 우리나라에는 어떤 문학상이 있을까요? 국내에서도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고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문학상이 꾸준히 제정 및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상문학상은 1977년 제정된, 한국 소설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상입니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이 남긴 문학적 유산과 업적을 기리며 매년 가장 뛰어난 소설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표창하고,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발행해 널리 보급하는 것을 취지로 운영해왔는데요. 올해에는 47년 만에 이상문학상의 주관사가 다산 콘텐츠 그룹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상문학상은 수상작의 부당계약이 문제가 되어, 2020년 한 해의 수상작 선정과 작품집이 중단되는 사태도 겪은 적 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대중적 공신력에 타격을 입어 문단 영향력에도 축소된 바 있습니다.

2023년 제12회 수상자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원주시청

이외에도 1955년 소설가 김동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동인문학상, 박경리 작가의 정신과 업적을 기념하여 2011년 제정된 국제 문학상 박경리문학상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문학상은 한국 문학의 전통과 성취를 기리는 동시에 오늘의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문학상이 그러하듯, 한국 문학상 또한 단순한 수상이 아니라 문학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확인하는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학상을 살펴보며 우리는 문학이 여전히 삶과 사회를 성찰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과 어떤 목소리가 주목받게 될지 기대하며, 우리 역시 독자로서 문학의 여정을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학상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루이즈 글릭 대표 시집

루이즈 글릭 지음 ㅣ 시공사

2020 노벨문학상 수상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로 삶과 세계의 깊은 진실을 전달하는 루이즈 글릭.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녀의 시적 화법은 개인사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보편적 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표 시집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을 용기, 불행을 수용하고 인생을 긍정하며 살아갈 용기를 전달받게 됩니다.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ㅣ 창비

2016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장편소설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단 한번도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합니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의 경지는 모든 세대 독자를 아우르며 더 크나큰 공명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알사탕

백희나 글 그림 ㅣ 스토리보울

202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

이 작품은 혼자 노는 아이, 동동이가 신비한 알사탕을 통해 주변 존재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알사탕》은 소통과 이해, 내면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풀어내며, 전 세계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 개와 혁명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김기태, 문지혁, 서장원, 정기현, 최민우 글 ㅣ 다산책방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수상집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이 선정되었습니다.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와 2020년대 페미니스트 청년 세대가 의기투합하여 함께 ‘개판’을 도모하는 광경을 그린 소설인데요. “이데올로기를 압도하는 혁명적 사랑”이자 “가히 혁명적인 포용의 서사”라는 평을 받았습니다.